1. 전기, 전자의 공학적인 지식이 바탕
지금도 인문계 고교 2학년이 되면, 누구도 예외 없이 문과, 이과를 지망해야 한다. 물론, 실업계 고등학생은 당연히 입학하면서 정해지게 마련이다. 40년 전에는 진로선택을 위한 적성검사 프로그램이 없었던 시대인지라,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가정환경이 어려우면, 적성과는 상관없이 실업계로 먼저 정해지고 좋든 싫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등학교 학과가 전기과로 배정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전기, 전자, 정보통신, 컴퓨터, 반도체, 가전 정보시스템 즉, IT분야에서 삼성전자를 통하여 대한민국이 IT강국이 되는 역사를 손발로 또는 눈으로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에 특기 적성은 오히려 문과나 상경계열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 당시 서울에는 세운상가, 부산 광복동에 가면 전자재료상가가 있었는데,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라디오, 무전기를 조립해 가며 납땜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으나, 나는 그쪽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한마디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책 읽는 것만 좋았고 즐거웠다.
선택의 여지없이 대학교도 전자공학과를 다니게 되었고 기본학점을 받는 수준의 지식은 있었으나, 삼성전자에 입사해서 공장 또는 연구소에서 머리를 책상에 코 박으며 밤을 새우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2. 삼성전자, 삼성인력개발원의 경험
삼성그룹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마치고 삼성전자 배치 면담 시, 연구소에는 절대 갈 수 없다! 영업으로 보내달라고 떼를 써서 정보통신 부문의 국내영업에서 전문점 영업업무를 시작했다. 그때는 영업을 선호하지 않던 때라 신입사원이 영업에 가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부서에 배치를 받아서 카폰, 페이저 유통영업을 수습 1개월, 3개월 만에 생판 연고도 없는 데서 대리점 계약을 성사시키고 최초 매출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대리점 개척을 위해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타제품 대리점 리스트와 경쟁사인 모토로라 대리점 리스트를 뽑아놓고 저인망식으로 방문을 감행했다. 신입사원이라 제품도 잘 모르고 영업지식도 없었지만, 밤늦도록 정말 열심히 노력을 했다. 삼성의 갤럭시폰이 지금은 전 세계 1등도 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국내시장을 모토로라 휴대폰 점유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던 시절이라, 경쟁사 대리점 앞을 오금이 저려서 잘 지나다니지 못했다. 한 번은 일본의 라이카 복사기 대리점 한국총판 사장을 만나서 당돌하게 대리점 제의를 했다가, 기존에 삼성대리점 다 해지하면 대리점 개설을 하겠다는 웃지도 못할 경험을 한 적도 있었다.
신입사원이 신설되는 연수과 교육담당으로 스카우트가 되어서, 10년 이상을 영업, 마케팅, 디지털비즈니스, 리더십과 관련된 교육을 골고루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삼성그룹의 마케팅교육을 책임지는 과장, 삼성전자 영업교육을 총괄하는 CS아카데미 유통연수소장까지 하게 되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학생이 상경계열 출신의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그 이후에 삼성전자 본사 벤처 사업팀에서 정보통신 투자 심사역을 하면서 전 세계에 있는 벤처기업의 초기단계 기술을 조사하고, 삼성전자 휴대폰과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요소기술을 발굴하여 벤처업체를 관련 부문 연구소와 협력할 수 있도록 연계시키고, 필요한 경우 지분투자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기, 전자공학을 전공한 것을 잘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3. T자형 인재가 필요하다
경영 관련 도서에서는 T자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한다. 경영자 즉, 임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대기업에서 T자형 인재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서는 대기업과 같은 조직과 경영시스템이 없는 관계로 단기간에 T자형 지식과 경험을 할 기회가 쉽게 올 수 있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개발, 재무, 영업, 마케팅 전공 분야에서 각각 10년 이상 아주 세부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고 전공 분야 외의 경영관리 직무경험을 가지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성과만이 아니라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상하좌우의 360% 평가를 통해서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
삼성비서실과 삼성전자를 통해서 IT기술과 경영전문역량을 확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