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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공학, 경영학, 융합적인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ideas6404 2025. 2. 28. 11:30

공학과 인문학, 기계학 융합사진

 

1. 고교시절, 인문학적 감성이!

질풍노도와도 같은 시기가 중학교 3학년, 현실의 모든 여건이 불만족스러웠고, 어디 아무 데로 떠나버리고 싶은 때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청소년 때 가출 유발의 이유가 있었다. 중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좌절과 실망으로 적법한 가출을 감행한 것이다. 합당하게 집을 떠나는 것이다. 조기유학이지만, 해외가 아닌 국내 조기유학이었다. 그래도 전국의 중학교에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만이 지원한다는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국립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에 지원했다. 같은 중학교에서 다섯 명이 함께 일가친척도 없는 부산으로 왁자지껄하며 서울역에서 통일호로 8시간 기차를 타고 용감하게 집을 떠났었다. 낯설고 물선 땅의 기숙사에서 첫 밤을 보냈을 때, 집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학교에 입학해서 6개월간은 ABB(아베베)라는 특별교육 프로그램으로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는 작업복의 글씨가 무색하게 손바닥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쇳덩어리를 쇠줄로 빤질빤질해질 때까지 갈아내는 작업을 반복해서 실습했다. 내가 이런 걸 하려고 여기 부산까지 왔나 싶었다. 또 싫어서 떠나온 집 생각은 왜 그리 나는지! 무언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에 탈출구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400~500페이지 분량의 해외문학전집 50권짜리를 어렵사리 구매해 읽는 것이었다.

2. 두꺼운 책들을 한두 권씩 읽어서 처리

허만 멜빌의 백경, 그 두꺼운 책을 실습 후 휴식시간에 짬이 날 때마다 읽고 또 읽었다. 그래야 여러 가지 잡스러운 생각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꺼운 책들을 한두 권씩 읽어서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부상당한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을 먼저 탈출하게 하고 정부군을 향해 총탄을 퍼붓는 장면은 사춘기 시절의 목숨을 던지는 애틋한 사랑을 이해할 듯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 있는 그 시절,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에서 사랑의 얘기에 헷갈리기도 하고 금욕적인 사랑 이야기의 좁은 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가며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또한,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도덕주의자인 톨스토이의 눈에 비친 격정적 사랑의 결말을 비극으로 끝맺음을 하는 안나카레이나, 그렇지만 안나카레이나를 읽으며 아름답고 총명한 여인의 모습은 미래의 사랑하는 이성에 대한 상상력을 발동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3. 청소년기의 인문학적 바탕이 있으면 

청소년기는 잘 알다시피 육체의 성장과 정신적인 성장의 균형이 잘 맞지 않아서 열병과도 같은 감정의 기복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심하다. 그런 때의 내가 문학적 감성을 자극하는 해외문학전집을 읽으며, 적성에 잘 맞지 않는 실업계 학교생활에서 부족한 메마른 정서를 잘 순화시켜 나간 것은 한참의 세월이 흐른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최선의 선택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는 머리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현실과 소설 속의 현실을 혼란스러워하며 위기의 순간을 잘 버텨나갔다고 생각한다.

 

고교 2학년 때, 적성에 맞지 않아 학교를 그만두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갈등과 고민의 시기에 독학으로 대입을 준비했다. 성문종합영어 단어와 숙어장을 들고 다니며 암기를 열심히 했던 덕에 실업계이지만, 재수를 하지 않고 다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다. 대다수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울산, 거제도, 창원 등지의 취업 전선으로 조국 근대화의 기수의 역할을 위해서 떠났다. 그러나 나는 근대화가 아닌 현대화를 넘어서 글로벌화의 현장에 있었고, 일류화 단계에서 초일류화로 도약하는 현장의 산 증인이 될 수 있었다.

 

해외문학전집을 읽던 그때가 아련한 기억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