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임원이 되면 군에서 별을 다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삼성에서 임원이 되면 군에서 장군이 되는 것보다 더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모든 면에서 검증되어야 임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사할 때 동기생 중에서 한눈팔지 않고 한 분야에서 외골수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일한 친구들은 거의 임원으로 승진하였다. 물론 기본적인 업무능력은 부장까지 승진을 제때 또는 1, 2년 발탁 승진을 하였다면 검증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길게 놓고 보았을 때, 대부분 현장 생산 또는 영업, 마케팅, 교육직무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임원 자리가 제한이 있어서 승진이 어려웠다.
오히려, 본사 스텝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제때 임원으로 승진하는 확률이 훨씬 높았다. 또한 잘 알다시피 IT 및 전자업계가 20년 전에는 성장전망이 밝은 산업분야는 맞지만, 지금처럼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이 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는 1.5류 또는 2류에 지나지 않았던 전자회사였다. 오히려 그 당시 대기업은 럭키금성, 기아, 선경, 코오롱이었고, 삼성은 이미지가 차갑고, 인간미가 없는 회사였다. 그럼에도 군 입대 전 입사 시험 합격으로 복직하였다. 복직 후 신입사원 입문교육 시에 임원이 되겠다고 하는 친구들은 모두 임원으로 승진을 하였다.
임원으로 승진하는 첫 번째 이유는 회사에 대한 로열티 즉, 충성심이 있어야 한다.
회사의 월급쟁이 셀러리맨이 아닌, 회사의 주인이라는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발탁되고 승진이 된다. 지금은 본사 감사업무를 하다가 중국 본사에 기획담당 임원이 된 친구가 있다. 입문교육 시 본인은 무조건 삼성임원이 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결국 임원이 되었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경력관리를 할 때에도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직무나 업종, 더 나아가서 그룹사 내에서도 회사를 옮기게 되면 임원으로 승진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그룹 내 핵심인력 인적교류 프로그램에 해당이 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회사를 옮기게 되면 임원 승진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조직에서 평가를 제대로 받아서 승진하려면 신입부터 경력을 쌓아서 전문분야에서 실적을 세워서 일찌감치 상사나 인사부서로부터 특별관리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성과를 낼 수 있는 보직도 맡겨보고 어려운 프로젝트에 참여를 시켜보기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때가 되면, 해외경험을 위해서 1년간 지역전문가로 활동을 하게 한다. 국내외 유수대학에 MBA 코스나 전문교육을 이수하게 하여 인력양성을 위한 투자를 하게 된다. 그러한 인력은 대부분 임원으로 승진한다.
360도 주위 평가를 통해서
다음은 직급 간 승진을 할 때, 360도 주위 평가를 통해서 인사부서의 프로파일 관리를 하게 된다. 인사담당은 상사와 후배, 동료들의 평판을 모니터링해서 피드백 사항을 매년 업데이트를 한다. 그래서 보직인사에 반영을 해서 1년 단위로 평가를 한다. 그 모니터링에서 리더십, 충성심, 업무추진능력, 의사소통, 건강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임원승진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결국 부장까지 승승장구를 하다가 부장에서 3~4년 이내에 탁월한 직무성과나 타 항목에 우수한 평가를 받지 못하면 만년 부장으로 있다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나마 부장으로 진급하지도 못하고 회사를 퇴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부장이 되더라도 정년을 채우기 전에 인사부서에서는 명예 퇴직금을 유도하여 자연스럽게 퇴직하도록 인사부서에서 관리한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교육업무는 보통은 부장까지는 무난히 가지만 임원은 녹녹지 않다. 물론, 해외 영업, 마케팅으로 자리를 옮겨서 꾸준히 경력과 성과를 만들었다고 하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삼성전자 퇴직 후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공부를 선택하였다. 석사와 박사학위 공부를 시작했고, 어느 순간 박사냐! 회사냐!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을 때 공부를 택했다.
계산상으로 삼성의 현직부장이 박사학위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분초를 아껴서 타이트하게 시간과 업무를 관리하고 목표와 실적을 체크해 나가는 조직문화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유, 특히 박사 공부처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공부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결국 나의 인생을 담보하는 일에 도박 같은 투자를 했고,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한 치의 미련 없이 퇴사해 교수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정말 삼성의 임원인가? 나의 인생인가? 갈림길에서 나의 인생을 위한 주사위를 던진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라 생각한다.
만약 나의 인생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생각하기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