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사학위에 도전
2003년에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박사학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먼저 아내의 동의가 필요했다. 시작은 하지만, 언제 끝날 것인지 기약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오히려 아내는 박사 아내, 교수 사모가 되는 것이 소원이라는 협박에 가까운 허락이었다. 이제는 회사의 허락이 필요했다. 삼성전자 본사 벤처 사업팀에 있던 상사에게 말씀드렸더니, 잘 알아서 하라고 허락을 해 주셨다. 그리고 연세대 경영대학원 교수 두 분에게 추천서를 받아서 지원을 했고 합격을 하여 공부를 시작하였다.
초기에 시간제 박사과정 학생을 배려해서 일과 이후 수업이 있어서 참여할 수 있었다. 석사과정을 연구실에서 공부해 본 경험도 없고, 회사와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참 힘들었다. 몇 학기를 진행하다 보니, 바쁘고 숨 막히는 회사 생활과 동시에 학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선배들이 굉장히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게다가 막상 논문을 써야 하는 것이 박사과정이지만, 논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2006년에 지도교수께서 “디지털 시대와 컨버전스”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개설하였는데, 박사과정 학생 전원이 수강신청을 하게 되었다. 첫 수업부터 “이번 세미나는 반드시 학기 중에 논문을 한 편씩을 써야 학점이 나갈 수 있다. 여러분은 논문을 쓸 수 있다. 논문은 조를 편성해서 진행해라! 해외저널에 투고할 수 있다.”라고 하셨다. 반신반의하면서 한 단계씩 따라서해 나갔다. 어떤 날은 회사에서도 밤을 새우며 일하는 경우가 없는데, 강의실에서 꼬박 밤을 새워서 논문을 쓰는 날도 있었다. 왜 우리가 이렇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얘기하며 모두들 몰두했었다. 그런데 놀랍게 해외저널에 게재된 논문이 3편이나 나오게 되었다. 그때에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SCI급 해외저널에 투고하면 된다는 사실과 졸업 논문을 쓰려면 지도교수와 연구실을 옮겨야겠다는 것이었다.
2. 험난했던 박사공부 10년
박사과정에서 지도교수를 옮기는 것은 졸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졸업을 못하는 위험성이 있다 하더라도 지도교수를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박사과정 지도교수께 말씀을 드렸다. 물론 허락은 득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원하면 불가능한 일은 없는 것이 세상사이다.
연구실을 옮기고 나니 지도교수께서 입학이 빠른 선배로서 빠른 졸업을 위해서 얼굴도 잘 모르는 후배들을 독려해서 박사학위에 필요한 국내 1등급 저널에 투고를 해야 한다고 엄청난 몰입을 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정작 논문을 진행할 시간이 없었다. 회사에서 부장으로 승진해서 보직도 맡았던 터라 논문보다는 회사 일에 시간을 쫓기다 보니 논문 진도를 스스로 뽑을 수가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회사 일에만 전념을 하게 되었다. 3년 정도 지나서,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지도교수께서 연구실 MT에 참석하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이제 회사 업무도 많이 안정되었으니, 졸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진짜 박사를 해 봐라! 해 보면 안다.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MT를 통해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이번에 박사논문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 하게 될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쉽지 않았다. 또한 회사에서 하는 일과 연결해서 졸업논문의 주제를 도출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신규미디어로 부상하는 사이니지는 제4의 미디어로 각광을 받는 초기 단계이고 관련 연구가 많지 않은 분야였지만, 박사학위 논문주제로 선정을 하겠다고 제안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스마트 컨버전스 환경에서 사이니지 시장획정과 사용의도에 대한 실증 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
3. 마지막 9부 능선
마라톤도 그렇고, 등산할 때 마지막 9부 능선에서 마지막 도전을 할 때에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부어야 하듯이, 박사학위 예심을 거쳐서 본심을 통과하고 학위논문을 책으로 출판하는 1달 동안 숨이 가쁜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그래도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고 성취한 목표는 세상의 그 어떤 기쁨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제대로 된 휴가와 가족과 함께 보내는 편안한 주말을 모두 학업에 반납하고 꿈속에서 조차 압박감에 시달려 잠을 자다가 깨어난 것을 모두 보상받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한 삼성전자라는 회사에 다님에도 불구하고 열등감, 자존감, 자신감에서 1% 부족한 것이 있었는데 이를 한 방에 모두 날려 보낸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에 도전해 보라!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체험을 반드시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